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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 맨 뒷장

Record 2007/04/13 13:12
3학년이 되어서 한 달이 넘게 지났다.
얼마 전에 자리를 바꾸어서 첫 짝과는 떨어지게 되었다.

3학년 첫 짝꿍은 보통 '문제아'라고 말하는 부류의 아이이다.
친구를 이렇게 단정짓는 게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건 알지만, 일반적인 견해이니 그리 무리는 없을 듯하다. 학교에서 알아주는 '날라리'들과 어울려 놀고, 담배도 피우고, 가끔 얼굴에 멍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싸우기도 하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는 늘 자고, 안 자면 떠들어 지적 당하기 일쑤인, 그런 친구이다. 나와는 그리 친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사이가 안 좋지도 않았던.

며칠 전, 수첩을 뒤지다가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어떤 글을 발견했다. 보통 수첩을 맨 앞페이지부터 쓰기 때문에 맨 마지막 페이지를 잘 열어보지 않아 이제야 발견한 것 같다. 'To.'라는, 전형적인 편지의 형식으로 시작하는 글은 그리 길지도 않았다.

To. 대근

안녕?ㅋㅋ
3학년 처음 들어와 너를 봤을 때 낮익은 얼굴이었어 알고보니 전교회장 선거의 나왔었지?ㅋ 같은반이 되어서 좋다 짝이 되어서 더 좋구. 앞으로 몰르는거 있으면 계속 알려줭

2006 3/23 pm. 1:38:10

○○ 올림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에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수첩을 가져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쓴 것이겠지. 그래도 몇 달이나 지난 전교회장 선거에 나온 내 얼굴을 기억해주고, 같은 반이 되어서, 짝이 되어서 좋다고 말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이러한 기쁨을 줄 수 있는가, 나는 이렇게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같은 반이 되어 기뻐'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짝이 바뀌어 떨어지게 되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 수업시간에 과감히 주머니에서 던힐을 꺼내는, 선생님 머리에 분필 가루를 뿌리는, 그리고 나에게 '같은 반이 되어 기뻐'라고 말해 주었던 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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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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