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25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사과정 입학 면접 후기 (2)

학교에서는 GIST 면접에 대비하여 수학 3회, 화학 3회 모의 면접을 실시했다. 부족한 시간에서 연습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문제의 내용보다는 면접을 할 때의 부수적인 것들, 즉 자세나 목소리, 인사, 판서 등을 중점적으로 교정하고 연습했다. 어차피 똑같은 문제가 나올 가능성은 없고, 문제야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쌓아 온 실력으로 푸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면접은 23일 금요일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21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22일 하루는 집에서 푹 쉬고 23일에 출발하라는 학교의 배려였던 것 같다. 22일에 면접을 치른 친구들 중 한 명에게 면접 내용을 미리 물어봐서 여러 가지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었다. 문제 수준은 평이하다는 말에 많이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문제수준이 낮으면 그만큼 다른 요소들이 많이 좌우하기 때문에 부수적인 요소들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마음 속 가고 싶은 대학 순위에서 GIST는 KAIST보다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GIST에 대한 욕심이 조금 부족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시험이나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은 떨리기 마련인데, 광주 가는 길은 마치 여행 가는 길 같아 즐거웠다. 편한 마음으로 단풍이 들어가는 산과 이제 가을걷이가 막 끝난 듯한 논을 옆에 끼고 다섯시간여를 달려 광주과학기술원에 도착했다.

면접은 이틀 동안 하루에 두 타임씩, 12시와 3시에 진행되었다. 나는 둘째 날 두 번째 타임으로, 마지막 타임이었다. 전라도 특유의 푸짐한 밥상의 점심을 먹고, 2시 반 정도가 되어 친구들과 함께 대기실에 들어갔다. 3시가 되자 2층의 면접자 대기실로 이동시키고 조별로 앉게 했다. 조는 8개가 있었고, 각 조에는 8~9명이 배치되었으며, 배치는 완전 무작위인 듯 했다. 각 조마다 면접실이 다르고, 조 안에서의 번호 순서대로 면접을 보게 되어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4조 1번으로 배치되어 가장 먼저 면접을 보는 8명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가장 늦게 보는 사람은 8시가 다 되어서야 면접이 끝난다고 하니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학교에서 같이 면접을 보는 두 친구는 각각 4조 2번과 4조 4번으로, 같은 교수에게 면접을 치르게 되었다.

3시 30분에 각 조 1번이 모두 문제를 풀러 이동했다. 문제는 학교에서 예고했다시피 코팅되어 문제 위에 어떤 필기도 할 수 없었고, 다만 답안지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내게 주어진 문제 세트는 Set F로, 수학 3문제와 선택 과목인 화학 3문제가 있었다. 그 중 한 문제를 골라 푸는 것이었는데, 모두 난이도가 달라 적절한 난이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다가 제대로 풀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난이도도 번호 순으로 벙렬되어 있비 않은 것 같아서 그냥 바로 눈에 들어오는 문제를 풀기로 했다. 수학은 F-1, 화학은 F-2를 선택했다.

문제 내용은 저작권법상 밝힐 수 없지만 선택한 문제는 제법 쉬웠다. 두 문제 모두 전에 풀어 본 적이 있는 문제였고, 계산도 숫자가 간단하게 얻어져서 푸는 데에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선택한 문제들이 Set F에서는 가장 쉬운 문제였다고 한다.

20분간의 문제 풀이 시간을 갖고 이제 본격적으로 교수님 앞에서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 각 면접실 앞으로 이동했다. 4시가 되어 면접실에 들어가니 교수님 세 분이 앉아 계셨다. 난 먼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의자 옆에 섰다. 가운데 계신 교수님께서 학교 이름이나 무얼 타고 왔는지 등을 물으시며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하고,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물으셨다. 수학은 1번, 화학은 2번을 풀었다고 답하니 어떤 문제를 먼저 풀겠냐고 하셔서 수학부터 풀겠다고 말씀드린 뒤 칠판으로 가 설명을 시작했다. 별로 막히는 것이나 교수님의 질문 없이 두 문제의 발표를 끝내자 자리에 앉도록 하셨다.

본격적인 인성 면접이었다. 내용은 지원서와 함께 제출한 자기소개서 형식의 에세이가 주를 이뤘다. 나는 초등학교 때 Hackerschool을 알게 됨으로써 정보 보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에 스스로 여러 가지 책과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쌓았다는 내용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질문도 주로 그러한 방향에서 들어왔다. 대학 졸업 후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며,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보셨다.

가장 당황했던 질문은, 과연 정보 보안이라는 분야가 학문적인 가치가 있는 분야이냐는 것이다. 보통 해킹과 같은 기술들은 어떤 학문이라기 보디는 오히려 어떠한 기술에 가깝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어떠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어 보셨다. 평소에 잘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문제여서 제대로 된 답변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화학 교수님께서 정보 보안이라면 네트워크 침입 이외에도 프로그램이나 음원, 영싱물 등의 보호 기술도 포함된디고 말씀을 해 주셔서 그러한 방향으로 얘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교수님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면접실을 나오니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있었다. 원래 면접 시간이 20분으로 할당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빨리 끝난 것이었다. 미리 1층에 내려가 기다리니 동시에 면접을 본 각 조 1번들이 한 명 한 명 내려오기 시작했다. 4시 30분 정도가 되어서야 마지막 학생이 내려와서 함께 설문지를 작성하고 GIST를 나섰다.

면접을 보고 난 느김은 썩 나쁘지 않았다. 거리낄 게 있다면 정보 보안의 학문적인 연구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결과만을 기다리도록 하자.




2008년 1월 19일 이후 작성된 모든 글에 대해서 퍼가는 것을 금지합니다.
퍼가고자 하시는 분은 링크를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Harry